일상 끄적임

좋은 글, 이등병과 인사계

피스블리 2022. 3. 23. 15:58

이등병과 인사계

 

한 이등병이 몹시 추운 겨울날

밖에서 언 손을 녹여 가며

찬물로 빨래를 하고 있었습니다.

 

마침 그곳을 지나던 소대장이

그것을 보고 안쓰러워하며

한마디를 건넸습니다.

 

김 이병, 저기 취사장에 가서

뜨거운 물 좀 얻어다가 하지.”

 

그 이등병은 소대장의 말을 듣고

취사장에 뜨거운 물을 얻으러 갔지만,

고참에게 군기가 빠졌다는 핀잔과 함께

한바탕 고된 얼차려만 받아야 했습니다.

 

 

 

 

 

빈 손으로 돌아와 찬물로 빨래를

계속하고 있을 때 중대장이

지나가면서 그 광경을 보았습니다.

 

김 이병, 그러다 동상 걸리겠다.

저기 취사장에 가서 뜨거운

물 좀 얻어서 해라.”

 

신병은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은

했지만, 이번에는 취사장에

가지 않았습니다.

 

가 봤자 뜨거운 물은 고사하고,

혼만 날 것을 알고있기 때문이었습니다.

 

그렇게 계속 빨래를 하고 있는데,

이번에는 중년의 인사계 부사관이

그 곁을 지나다가 찬물로 빨래를

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걸음을

멈추고 말했습니다.

 

김 이병, 내가 세수를 좀 하려고

하니까 지금 취사장에 가서

그 대야에 더운물 좀 받아 와라!.”

 

이등병은 취사장으로 뛰어가서

취사병에게 보고했고, 금방 뜨거운

물을 한가득 받아 왔습니다.

 

그러자 인사계가 다시 말했습니다.

 

 

 

 

김 이병! 그 물로 언 손을 녹여가며 해라.

양이 충분하지는 않겠지만

동상은 피할 수 있을 거야.”

 

소대장과 중대장, 그리고 인사계

3명의 상급자 모두 부하를 배려하는

마음은 있었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

상황을 파악하고 정말로 부하에게

도움이 된 것은 단 한 사람뿐입니다.

 

나의 관점에서 일방적인 태도로

상대를 배려하고, 상대에게 도움을

줬다고 혼자 착각하는 어리석음을

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봅시다.

 

배고픈 소에게 고기를 주거나,

배고픈 사자에게 풀을 주는 배려는

나의 입장에서 단지 내 만족감으로

하는 허상의 배려입니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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